10월 7일부터 11월 29일까지 대학로 극장가에서 <페미니즘 연극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받아들이고 쓰는 사람마다 사회적인 파장의 강약이 달라지지만 만약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왠지 피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연극제를 '여성을 다룬 연극제'라고 그저 편히 쓰시면 좋겠습니다. 아래에 소개된 연극 중 <상자 속 여자>의 대본을 봤는데 그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여성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느껴져 저는 일정이 되는대로 이 연극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그녀, 고도를 기다리며..
연출 김국희
각색 김국태
공연일자 2009.11.22~11.29
공연내용
집을 뛰어나온 한 여성(고고)과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뛰어나오지 못하는 한 여성(디디)은 서로 친구사이이다. 그녀들은 고도만이 그들에게 어떠한 해답을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를 기다리는 동안 디디는 집에 있는 자식과 남편을 걱정하느라 늘 머리가 아프지만, 디디는 머리로 걱정하기보다는 무언가 먹을 것을 구해서 집에다 갖다 주는 등 너무 많이 돌아다녀 다리가 아프다. 오늘도 고고와 디디는 이 지루한 삶을 벗어나게 해 줄 그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여성적 시각에서 바라본 이 작품은, 소외되고 억압받아온 거리의 부랑아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거리를 떠도는 여성의 이미지로 부각시키고 그녀들이 기다리는 고도는 과연 무엇인지 고찰해본다.
미스 쥴리, <숲>
연출 장익렬
작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공연일자 2009.11.13~20
공연내용
귀족의 딸과 하인.
아름답고 오만한 백작의 딸 ‘줄리’는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인인 ‘쟝’에게 끌린다. 쟝은 매력 있는 외모와 강한 카리스마를 갖춘 남자로서 줄리의 하녀와 약혼한 상태였다.
무더운 여름 밤, 부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숨기면서 밤이 깊도록 대화를 나눈다. 그 때 술에 취한 하인이 들어오자 다급해진 두 사람은 '쟝'의 방으로 몸을 숨긴다. 그리고 격렬한 사랑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뜨거운 관계를 맺게 된다.
이미 '쟝'에게로 기울어진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된 '줄리'는, 아버지의 돈을 가지고 신분의 벽이 있는 스웨덴을 떠나서 프랑스로 도망가자는 '쟝'의 제안을 따른다. '쟝'의 약혼녀가 잠든 틈을 이용해 짐을 챙겨 온 '줄리'는 자신이 아끼는 새를 데려 가려고 한다. 하지만 '쟝'은 '줄리' 앞에서 새의 목을 잘라 죽여 버린다.
혐오스러운 행동에 충격을 받은 '줄리'는 모욕과 멸시의 말을 '쟝'에게 퍼붓는다. 그리고 새삼 두 사람 사이에 드리워진 두터운 벽을 느끼게 된다. 사랑의 한계에 좌절한 '줄리'와 '쟝'은 결국 자신들의 결정을 뒤로하고 집에 머물기로 한다. 그러나 '쟝'에 대한 사랑을 지울 수 없는 '줄리'는 그로 인해 괴로움에 빠지게 되는데…
종구씨와 옥순씨의 불편한 권력관계 <전원>
연출 김윤걸
작 강병헌
공연일자 2009.11.4~11.11
공연내용
논리적인 대학교수 종구씨와 불안한 심리를 가진 여대생 옥순씨는 학점문제로 처음 만나게 된다.
물론 '권력'은 교수인 종구씨에게 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 옥순씨가 성추행 문제로 종구씨를 고소한다.
그러자 '권력'은 종구씨에게서 옥순씨에게로 넘어간다.
세 번째 만남에서 도를 넘은 옥순씨의 권력행사 때문에 종구씨는 폭력까지 불사하게 되는데....
그럼 두 사람 중 누가 올바른 것일까? 아니 이들은 왜 상대방에게 '권력'을 행사하려는 걸까?
메데아 <레지스탕스>
연출 김효
작 유리피데스
공연일자 2009.10.26~11.2
공연내용
메데아는 그리스의 신화와 비극 속에서 가장 잔인한 악녀의 화신으로 통한다. 기원전 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신화 속에서의 그녀는 태양신의 손녀딸로서 인간과 자연의 운행을 움직일 수 있는 비법들을 알고 있는 초능력적인 존재이다. 그리이스어로 ‘μεδεω’ 즉 ‘돌보다’라는 뜻을 갖는 이름이 그녀의 대지모신적인 성격을 웅변적으로 말해 주고 있듯이, 그녀는 일명 博士 내지는 巫堂이라 부를 수 있는 원시종교의 사제이다.
대지모신과도 같은 메데아가 천하의 악녀로 돌변하는 것은 욜코스의 왕자인 이아손의 등장에 의해서이다. 이아손의 숙부는 이아손의 아버지와 아이손을 내쫓고 욜코스의 왕이 된다. 외지에서 성장한 이아손이 숙부 펠리아스를 찾아가 왕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펠리아스는 콜히스에 있는 황금 양모피를 찾아오면 요구를 들어 주겠다고 한다. 이아손은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그리스의 영웅들을 모으고 바다에서 썩지 않는 재목으로 50개의 노를 가진 장엄한 배를 만들어 그 이름을 <아르고 호(‘쾌속선’이라는 뜻)>라 칭한다. 콜히스에 도착한 이아손은 콜히스의 공주 메데아와 사랑하게 되고, 메데아의 도움으로 황금 양모피를 지키는 용을 물리치고 목적을 달성한다. 사랑의 포로가 된 는 자신의 동생 압시르토스가 메데아와 함께 도주하는 이아손을 추격하여 위험에 처하게 하자 그의 사지를 토막내어 처참하게 죽이고, 충격으로 넋이 나간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는 틈을 타 무사히 콜히스를 탈출한다. 이아손은 욜코스로 돌아와 펠리아스에게 황금모피를 바치지만 펠리아스는 약속과 달리 왕권 돌려주기를 거부한다. 그러자 메데아는 펠리아스의 딸들이 보는 앞에서 늙은 숫양 한 마리를 토막내어 마법의 약초를 넣고 삶아 도로 젊게 만든 뒤 그들의 아버지도 그렇게 만들어주겠다고 설득한다. 그러나 그들이 펠리아스 왕을 토막내어 삶자 태도를 바꿔 마법의 약초를 주지 않고 그냥 죽게 만든다. 그 일로 인해 이아손과 메데아는 욜코스에서 추방되어 코린토스로 도망간다. 그들은 코린트에서 두 아들을 낳고 10년을 행복하게 산다. 이상이 유리피데스의 <메데아>가 시작되기 전의 상황이다.
유리피데스의 <메데아>는 이아손이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메데아를 배신하고 코린토스의 공주 글라우케와 결혼을 약속한 것을 알게 된 메데아의 통곡으로부터 시작된다. 배신감에 복수의 화신이 된 메데아는 독약을 묻힌 옷으로 공주와 왕을 죽게 하고 마지막으로 분노에 차 달려오는 이아손에게 가장 큰 복수를 하기 위해 이아손과 메데아의 두 아들을 죽인다. 절규하는 이아손을 남겨 두고, 메데아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태양신 헬리오스가 보내준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아테네의 아이게우스에게로 날아간다.
종교사적으로 볼 때, 종교라는 제도의 틀이 성립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원시 신앙들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일정한 하나의 신앙이 제도의 틀을 갖추게 되면서 스스로 종교라 규정하게 되고, 이때부터 종교의 통제 속에 들어오지 않는 다양한 민간의 신앙과 과학들을 서양에서는 秘敎 내지는 마법 등 惡으로 범주화시켜 위험시하고 탄압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 “악마적인” 마법의 근원지에 여성을 위치시키고 이른 바 마녀사냥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문명국 코린트의 신앙 체계의 관점에서 볼 때, 메디아는 원시 “秘敎” 세계의 대표자이다. 사회학적으로 속화시켜 얘기하자면, 메데아는 일정한 사회의 가치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낯선 세계, 주변적인 세계를 대표함으로써 위험스럽고 두려운 사회적인 아웃사이더를 형상화시켜 보여 주고 있는 인물이다.
원래 민간에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설 속에서 아이들을 죽이는 것은 메데아가 아니라 코린트인들로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메데아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문헌인 『외멜로스의 코린트인들(Les Corinthiaques d'Eumélos)』(B.C. 7C.)에서는 메데아가 아이들을 죽이게 되는 것이 고의적인 결행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어떤 음모에 휘말림에 의해서이다.결정적으로 메데아를 극악무도한 친자살해범으로 변형시킨 것은 유리피데스였다. 메데아의 두 아들의 죽음 대목이 유리피데스에 의해 고의적인 친자살해로 각색된 이후 유럽에서 메데아는 친자살해의 신화적 인물로 고착되어 왔다. 그렇다면 유리피데스는 왜 메데아를 사악한 친자살해범으로 만든 것일까? 학자들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유리피데스의 『메데아』가 비극경연대회에 출품된 것이 B.C. 431년이었는데 그 시기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벌어진 펠레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한 시점과 일치한다. 당시 코린토스는 스파르타의 강력한 동맹국이었다. 유리피데스는 메데아를 통해 적의 잔혹성을 아테네 시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아테네인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즉 적군이었던 코린토스인들의 광포함을 환기시키기 위해 메데아가 친자살해범으로 둔갑된 것으로 추정한다.
유리피데스 이후 유럽문학사에서 친자살해범으로 지목된 메데아는 특히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탈신화화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모습의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된다. 탈신화화에 눈뜬 작가들의 손길은 메데아 신화에 대한 재해석과 재맥락화를 통하여 다양한 버전의 메데아를 창조한다.
우리는 유리피데스의 <메데아>를 탈정전화 하여 악녀 메데아의 신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 속에 메데아 신화 만들기는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상자 속 여자
연출 표원섭
작 김윤미
공연일자 2009.10.17~10.24
공연내용
공연은 김윤미 작 <상자 속 여자 >는 우리 어머니 세대에 살아온 한 많은 여성의 삶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다. 극의 구조는 1막과 2막으로 이루어져있으며, 1막이 강인한 내면의 정열을 숨기고 있는데 사회 고정관념에 갇혀 사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로테스크하게 담아내고 있다면 2막은 그 노파의 꿈을 이야기하는 몽환적인 장면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작품은, 어떠한 관습에 의해 생겨난 ‘여성’이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여성의 강인한 내면에 대해서 깊이 탐구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비밀을 말해줄까?
연출 정대경
작 엄인희
공연일자 2009.10.7~10.14
공연내용
생리전후 증후군(P.M.S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인공 안순옥은 첫 생리 이후부터 생리 때마다 충동적으로 도둑질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절도행위로 청소년시절부터 보호소와 감옥을 들락거리며 가족에게마저 버림받아야 했던 안순옥. 그녀가 서른아홉의 나이에 일곱 번째 수감생활을 마지고 다시 사회 속으로 돌아온다.
과연 그녀는 누구나가 영위하는 평범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비밀을 말해줄까?>는 극심한 월경전후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주인공을 통해 “신체적, 심리적 불안상태로 고통 받는 생리 이상 환자들의 범죄행위를 형법상 책임영역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순옥의 배 안에 있으면서, 한 번도 순옥의 것이 아니었던 자궁. 그녀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그 ‘자궁’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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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오프 대학로 페스티벌'이 내달 7일부터 서울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열린다.
대학로에 상업주의 연극이 늘어나면서 다시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연극을 하자는 취지로 몇몇 연출가들이 2002년 시작한 실험적인 축제다.
올해는 '페미니즘 연극제'라는 부제 아래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연극의 본질을 되새기고자 한다.
첫 작품으로는 극단 삼일로 창고극장의 '비밀을 말해줄까'(10.7-10.14)가 무대에 오른다. 생리전 증후군의 사회적 인식의 필요성을 강조한 고(故) 엄인희 작가의 작품으로 정대경 삼일로 창고극장 대표가 연출한다.
이어 극단 청예의 '상자 속 여자'(10.17-10.24, 연출 표원섭), 극단 레지스탕스의 '메데아'(10.26-11.2, 연출 김효), 극단 전원의 '봉구씨와 옥순씨의 불편한 권력관계'(11.4-11.11, 연출 김윤걸), 극단 숲의 '미스 줄리'(11.13-11.20, 연출 장익렬), 극단 가영의 '그녀, 고도를 기다리며'(11.22-11.29, 연출 김국희) 등이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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